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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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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후 위기 해결을 향한 한 낙관주의자의 외침
서평자 홍종호 발행사항 749호(2025-10-15)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 : 100% 전기에너지의 시대

  • - 청구기호 : 333.79320973-25-1
  • - 서명 :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 : 100% 전기에너지의 시대
  • - 저자 : 사울 그리피스
  • - 발행사항 : 생각의힘

목차

01 어슴푸레 비추는 한 줄기 희망
02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
03 비상사태는 영속적 변화를 위한 기회
04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05 이제 2020년대에 걸맞은 생각이 필요한 시간
06 전기화하라!
07 그 모든 전기는 어디서 구해야 할까?
08 하루 24시간, 1주일 7일, 1년 365일
09 인프라를 다시 정의하기
10 계량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저렴하다
11 이 모든 것을 정리하자면
12 모기지는 일종의 타임머신
13 과거의 값을 치르다
14 이제 낡은 규제를 철폐해야 할 시간
15 일자리, 일자리, 그리고 일자리
16 세계대전 제로: 동원 작전 계획
17 기후 위기만 해결한다고 전부가 아니다

서평자

홍종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서평

기후 위기 해결을 향한 한 낙관주의자의 외침

“기후 대응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최악의 사태를 몸소 겪게 되면 이미 모든 것이 늦은 상태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후 변화는 “사악할 정도로 풀기 어려운 문제”, 즉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문제로 종종 묘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다. (...) 이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 수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대담해져야 한다.” - 69쪽 
 
이 책을 쓴 저자의 의도를 곧바로 알고 싶다면 영어 제목의 부제를 보면 된다. “깨끗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한 낙관주의자의 실천 가이드” 저자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와 같은 깨끗한 전기로 바꾸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무엇보다 이는 허황된 정신승리가 아니라, 충분히 도달 가능한 목표라고 자신한다.  
 
저자의 남다른 이력이 이러한 담대한 주장에 대한 신뢰성을 뒷받침한다. 사울 그리피스(Saul Griffith)는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공학 전문가이자, 다수의 스타트업을 일구어낸 기업인이다. 그는 미국 연방정부의 에너지·기후정책 고문을 지냈으며, 책을 쓰는 작가이면서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이론과 현장을 모두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공학도가 쓴 책답게 문장은 간결하고 주장은 분명하다. 번역자의 번역도 유려하다. 사회과학자인 필자가 읽어도 눈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책이 잘 읽힌다. 저자는 어떤 민감한 이슈라도 피해가거나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설파한다. 다양한 이론과 수많은 통계를 기반으로 왜 100%에 가까운 전력화가 필요하고 실제로 가능한지 설명한다. ‘집에서 쓰는 온수와 난방,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온갖 에너지, 이 모든 걸 전기로 공급한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하는 의문이나 회의, 심지어 거부감까지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독자야말로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의 직설 화법은 최소한 필자를 설득하기에는 충분했다. 
 
필자가 이 책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책의 다음 구절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청정에너지 미래를 가로막는 많은 장애물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제도적이고 관료적인 사안에 가깝기 때문이다.”(25쪽) 저자는 탈탄소 경제를 달성하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인류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거대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기적의 기술이 없더라도, 지금까지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보여준 실력만으로 충분히 인류의 미래가 밝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길을 걸어간다는 것이 결코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자동차를 포기하는 ‘허리띠 졸라매기’ 생활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질적인 풍요를 포기하지 않고도 현재와 다음 세대의 지속가능성을 유지, 확장하는 제3의 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분석 대상은 미국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안은 한국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새로운 첨단 기술의 향연이 매일 벌어지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습관과 제도에 익숙하다. 살아온 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관성의 법칙’이 우리의 행동 방식을 규정한다. 저자는 이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려면 수천 개의 규제를 바꾸는 길고, 힘들며, 지루한 작업이 필요”(225쪽)한 것이다.  
 
모든 규제에는 그를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환경규제는 공기와 물을 깨끗하게 만듦으로써 국민 전반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 이는 필요하고 유익한 규제다. 하지만 어떤 규제들은 특정 이익집단에 봉사하는 나쁜 기제로 작용한다. 사회적으로는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지만, 이러한 규제를 통해 각종 특혜를 향유하는 사람과 집단이 존재한다. 이 같은 ‘지대추구 행위’를 근절해야만 시장과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강고하게 하는 수많은 직간접적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인 그리피스 박사가 한국을 방문하여 인터뷰를 한다면 ‘좋은 규제는 만들고 나쁜 규제는 철폐하라.’고 호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였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내에서 ‘에너지’는 산업정책에 종속된 부차적 이슈로 전락해 왔다.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에너지정책이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이 책의 메시지가 새 부처에서 기후·에너지정책을 담당할 공무원들에게 참신한 자극과 희망,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