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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달러 제국의 미래: 달러 패권의 일방주의
서평자 정재환 발행사항 719호(2025-03-12)

달러 전쟁 : 세계경제를 뒤흔든 달러의 설계자들과 미국의 시나리오

  • - 청구기호 : 352.40973-24-1
  • - 서명 : 달러 전쟁 : 세계경제를 뒤흔든 달러의 설계자들과 미국의 시나리오
  • - 저자 : 살레하 모신
  • - 발행사항 : 위즈덤하우스

목차

제1장 트럼프 치하에서의 생존 전략
제2장 패권국의 탄생
제3장 통제광과 자경단
제4장 루빈의 달러 강세 원칙
제5장 나쁜 달러
제6장 전쟁 본부가 된 재무부
제7장 수정 구슬 역할을 한 SWIFT
제8장 재무부 장관 2인의 몰락
제9장 ‘행크’라고 부르세요
제10장 오하이오의 닭발 요리와 중국의 천년 계획
제11장 불길했던 가이트너의 취임 연설
제12장 재무부의 모범생 투사들
제13장 격동의 미중 관계
제14장 재무부의 망가진 보물
제15장 므누신‧올리가르히 그리고 잭 루의 경고
제16장 비공개 만찬과 경제적 전격전

서평자

정재환(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평

달러 제국의 미래: 달러 패권의 일방주의

“미국은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그에 따라 달러 또한 계속해서 세계 최고의 통화로 남을 것이다.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달러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 320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달러의 국제기축통화 지위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된 적이 있었다. 보다 최근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재무부가 금융제재의 방식으로 ‘달러의 정치적 무기화’를 심화하자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달러에 대한 대안 통화를 찾도록 유도하면서 달러의 패권적 지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살레하 모신의 『달러 전쟁』은 1944년 브레턴우즈 회의에서부터 1990년대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의 ‘강달러’ 기조에 이르기까지 달러가 글로벌 통화로 자리 잡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달러의 지위와 영향력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모신은 강달러(또는 약달러) 정책에 대한 입장을 중심으로 역대 미국 재무장관들이 달러를 미국의 대외경제정책의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였는지 분석하고, 이러한 정책이 다양한 경제적 행위자들에게 어떠한 효과를 미쳤는지 서술하고 있다. 특히 모신의 분석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강달러 정책이 야기하는 이중적 효과이다. 
 
모신의 주장처럼, 강달러 정책(또는 정책적 수사)은 달러의 패권적 지위를 공고히 하여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처럼 “강한 달러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강달러로 인해 미국의 많은 제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강한 달러는 중국산 수입품의 급증이 초래한 충격을 더욱 심화시켜 제조업 분야에 종사하는 미국 노동자층의 경제적 지구화에 대한 반발을 야기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제조업에 단기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미국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달러 가치를 낮추려는 시도를 하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가치를 약화시키기 위해 통화정책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논쟁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모신은 만약 달러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이는 최근에 논쟁이 된 것처럼 미국이 달러를 정치적 무기로 무분별하게 행사했기 때문이 아니라 달러를 둘러싼 미국 경제정책의 혼란과 정치적 교착 상태 때문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점에서 모신은 “강력한 통화는 강력한 민주주의를 밑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모신 역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달러의 패권적 지위가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제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위기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자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달러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달러의 패권적 지위가 심대하게 위협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달러의 패권적 지위가 유지된다면 미국 경제정책의 혼란과 달러의 정치적 무기화는 달러의 지위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라기보다는 경쟁자의 부재로 인해 유지되는 달러 패권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기 트럼프 정부의 달러 가치를 낮추려는 정치적 시도나 바이든 행정부의 ‘달러의 정치적 무기화’ 심화는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패권적 지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와 반대로 만약 달러의 글로벌 영향력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 통화가 등장한다면 미국은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자 할 것이다. 즉 달러가 정치적 변동성에 종속되는 주된 이유는 국제적 경쟁의 부재에 바탕을 둔 달러 패권의 공고함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염려해야 할 점은 달러의 패권적 지위 약화가 아니라 패권적 지위의 공고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동성과 정치적 무기화가 세계경제에 미칠 불안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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