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용 습관 톺아보기, 그리고 그 너머 보기
“당신이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이유는 당신에게 의지력이 결핍되었거나 동기부여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 지금 통제하기 어려운 일련의 디지털 습관들이 많아서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 습관은 우리의 선택지들을 사전에 선정하는 데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목표에 부합하는 습관을 확립한다면 힘들이지 않고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 68쪽
하루의 시작에서 잠이 드는 시간까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일상의 필요와 재미를 선사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심지어 자신을 통제하는 무언가가 되어간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말한다. “나, 스마트폰 중독인가 봐”. 그리고 이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 감옥’에 불온한 기계를 가두고 나만의 디지털 금욕을 실행하기도 한다. 과연 스마트폰 중독은 명백한 실재이며 그 해답은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일까? 이와 관련해 이 책은 뇌과학의 관점에서 실용적이고 행동주의적인 해법을 전한다. 신경과학자로서 페이 베게티는 스마트폰을 멀리 던져버리라고 말하는 대신 스마트폰은 삶의 무기가 될 수 있고, 그 기기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이를 위해 ‘두뇌 건강을 향상하는 디지털 습관’을 이해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우선 저자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스마트폰 중독은 인지적 착각이나 오해에 가깝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중독 불안은 뇌가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전시켜 온 진화적 메커니즘에서 비롯된 일종의 도덕적 공황이다. 또한, 저자는 ‘중독’이 독성 물질이나 불법 약물로 인해 실제 치료가 필요한 임상적 장애를 진단하는 데 과학적으로 적용해야 함에도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된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등재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조차도 스마트폰 중독 진단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게임 이용 장애로 진단하는 경우는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이상 게임을 지속하는 경우로 국한된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뇌에서 생성되는 도파민은 중독성 약물이 신경전달물질에 미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 이용을 약물 남용이나 마약처럼 취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이 책의 저자는 스마트폰을 마약이나 독소로 바라보는 대신, 마치 제대로 된 식습관을 갖추듯, 적절한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을 두뇌에 각인하는 실용적 접근을 제안한다. 저자는 ‘디지털 식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독소를 멀리하고 제거하는 디톡스 방식과는 다르며, 좋은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을 위해 머릿속 일꾼인 ‘자동 조종 두뇌’와 ‘실행 두뇌’를 제대로 길들이고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즉, 우리가 지속 반복하는 행동은 두뇌 속에 각인되어 ‘제2의 천성’이 된다는 점에서 ‘자동 조종 두뇌’를 균형 있게 프로그래밍하는 소소한 행동들을 보상적으로 반복하는 한편, ‘단칼에 끊기식 디톡스 접근법’보다는 개인적 습관을 고려해 각자의 ‘실행 두뇌’를 강화하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불안이 일상화된 시대에 두뇌 역량을 활성화하는 디지털 자기 계발의 실행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의무가 된 세상에서 개별화된 고군분투를 독려하는 자기 계발의 한계는 명확하다. 개인의 내적 계기에 기반해 스스로 노력하고 재능을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그럴싸한 말이지만, 모든 곤경과 패배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가혹한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의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의 말을 빌자면, 균형 잡힌 디지털 기기 사용과 같은 ‘성숙함’의 실천은 실제에서는 소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마어마한 성취’에 가깝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표상되는 디지털 시대의 불안은 개인 심리나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으로 환원될 수 없는 구조화된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디지털 기술은 이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인지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은은하고 세밀하게 일상 곳곳에 존재하며 특정한 방식으로 행위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의 무의식화된 행동을 이끌고 특정 행위를 선택하는 두뇌는 어쩌면 넛지(Nudge)*가 된 ‘지능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이해하고 조절하며 관리해야 하는 두뇌가 신체의 뇌뿐 아니라 사회적 두뇌 노릇을 하는 디지털 시스템으로 확장된다면, 디지털 불안에 대한 질문과 해법은 개인의 습관 그 너머, 즉 디지털 지능 기계가 인간 공동체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가의 영역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 넛지(Nudge)는 사전적으로는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의 영단어이며, 행동경제학적으로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한 선택 설계’를 의미함. 즉, 강제적 규제나 명령 없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약간의 부드러운 개입만으로 바람직한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개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