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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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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래의 내전을 막는 현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서평자 김태경 발행사항 735호(2025-07-02)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 - 청구기호 : 303.64 -25-1
  • - 서명 :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 아노크라시, 민주주의 국가의 위기
  • - 저자 : 바버라 F. 월터
  • - 발행사항 : 열린책들

목차

1. 아노크라시의 위협
2. 고조되는 파벌 싸움
3. 지위 상실이 가져온 암울한 결과
4. 희망이 사라질 때
5. 촉매
6. 우리는 얼마나 가까운가?
7.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8. 내전을 예방하기

서평자

김태경(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평

미래의 내전을 막는 현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20세기와 21세기 초를 특징지은 민주화 열풍은 이제 끝났다. 이 열풍은 세계 곳곳의 민주주의 국가 수가 정점에 달한 2006년에 끝났다. (...) 왜 어떤 나라들은 아노크라시 구간을 안전하게 헤쳐 나가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혼돈과 폭력의 순환에 빠지는 것일까? 이라크의 이야기는 다시 실마리 하나를 던져준다. (...)「사람들이 시아파인지 수니파인지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 48〜49쪽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지지를 기반으로 재집권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100일 만에 무려 142개에 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 민주주의 제도와 전후 세계질서의 지형을 새로 그리고 있다. 다시 한번 트럼피즘(Trumpism) 아래 놓인 미국은 세계가 민주주의 혹은 내전의 기로에서 현재와 미래의 경로를 고뇌하고 대안을 예비하는 데 중요한 경고가 되고 있다. 
 
2022년에 발간된 이 책 『How civil wars start』에서 저자인 바바라 F. 월터 교수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테러 사건 이후 내전을 방불케 하는 심각한 분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1994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세계 각지의 내전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시작한 정치불안정연구단(Political Instability Task Force)의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월터 교수는, 트럼프 집권 1기 미국이 ‘완전한 민주주의’ 단계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도, 완전한 권위주의도 아닌 상태인 ‘아노크라시(anocracy)’ 단계로 후퇴했으며, 아노크라시의 중간 구간이 내전 발발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위험 지대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종족, 인종, 종교 등 단층선을 중심으로 조직화된 ‘파벌주의(factionalism)’가 아노크라시와 함께 내전을 촉발하는 중요한 두 개의 변수라는 것이 내전의 조건과 경로를 세계적 범주에서 비교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말한다. 
 
수니파와 시아파 간 내전이 일어난 이라크(1장)에서 시작해 현재 미국이 공공연한 반란 내지 내전에 접근하고 있다고(6장) 경고하는 이 책의 분석은 유고슬라비아 해체 후 보스니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돈바스, 북아일랜드, 기후재난 후 시리아, 후치족과 투치족의 르완다, 필리핀 민다나오, 미얀마 로힝야 종족 청소로 얼룩진 미얀마,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모디 총리의 인도, 인종 정체성 정치를 추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등 숱한 사례를 관통하며 내전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파벌화된 아노크라시라는 내전의 정치적 조건에서 실제 내전을 촉발하는 힘은 인구변동 등의 사회적 변화 속에서 기존의 특권과 사회적 지위를 상실했다고 느끼는 집단, 소위 ‘토박이’들의 정치적, 군사적 조직화에서 나온다. 이들 집단의 과격화는 더 이상 기존의 정치체제에서 일상을 지킬 수 없다는 희망의 좌절, 실존적 공포에 대한 대안이 폭력 외에는 없다는 믿음을 통해 강화된다.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 없이 혐오, 분노, 절멸을 부르짖는 언어의 확성과 전파를 가능하게 하는 현대 디지털 미디어의 상업문화는 파벌화된 테러와 게릴라 화(化)를 자극하는 강력한 촉매다. 
 
내전 발발의 조건(체크 리스트)과 이를 막기 위한 실행전략(플레이 북)이 명백해진 상황에서 월터 교수는 이백여 년 민주주의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전을 연상케 하는 징후들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공포 아래 이 책을 집필했다.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저자는 내전을 예방하기 위한 실행전략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에게 민주주의가 신뢰할 만한 체제라는 것을 다시 설득할 수 있는가, 정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드레일을 다시 확립할 수 있는가를 강조한다. 법치와 시민들의 발언권, 정치적 책임성, 유능한 정부를 재확립하는 것이 파벌화와 폭력에서 벗어나 아노크라시의 위험 구간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경로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내전으로의 퇴행 가능성이 있는가? 내전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작년 12월 전(前)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그리고 뒤이은 2025년 4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은 1987년 민주 헌정 체제가 출범한 이후, 민주주의가 경제성장과 더 나은 분배, 복지 사회건설에 유리하다는 그간의 한국 사회가 가진 믿음을 시험하는 동시에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장기적으로 내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평화를 바탕으로 공존과 번영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서 민주주의의 제도와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은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다원화된 목소리를 반영하고 다시금 비폭력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유일한 게임의 룰로 재확립함과 동시에 범사회적 공감대를 실험하고 모색함으로써 정치적 책임성을 높이는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