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딩 이미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전체메뉴

국회도서관 홈으로 책이야기 금주의 서평

금주의 서평

금주의 서평 상세보기 - 서평, 서평자, 발행사항에 관한 정보
서평 (생업) 노동 사회에서 의미 (활동) 사회로의 전환을 주장하다
서평자 이상직 발행사항 759호(2025-12-24)

모두를 위한 자유 : 일의 미래, 그리고 기본 소득

  • - 청구기호 : 363.73874-25-99
  • - 서명 : 모두를 위한 자유 : 일의 미래, 그리고 기본 소득
  • - 저자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 발행사항 : 열린책들

목차

-노동 세계의 혁명
-노동이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노동과 사회
-무조건적 기본 소득
-의미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서평자

이상직(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서평

(생업) 노동 사회에서 의미 (활동) 사회로의 전환을 주장하다

“우리가 정말 제2차 기계 시대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많은 사람의 자유로 만들고 싶다면, 그러니까 21세기형 사회적 자유주의 국가를 만들고 싶다면 기존의 노동 및 경제 시스템과 사회 보장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 348쪽  
 
 
한국 사회에서 기본 소득 논의는 대략 15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기본소득네트워크(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설립된 2009년을 그 시작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기본 소득 연구자들을 필진으로 모아 기본 소득에 관한 국내 최초의 단행본인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라』를 출간했다. 기본 소득 논의가 사회 의제로 등장하게 된 때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2016년이었다. 같은 해에 서울시와 성남시가 각각 ‘청년수당’과 ‘청년배당’을 도입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제19대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기본 소득’을 주요 단어로 언급했다. 2020년에 코로나 대유행의 상황에서 도입된 ‘전국민재난지원금’은 기본 소득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지난 15년간 다양한 차원에서 제기된 기본 소득 논의의 흐름에서 볼 때『모두를 위한 자유』는 ‘노동’의 성격 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사상사적 흐름에서 논의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특히 기본 소득을 하나의 정책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저자가 ‘의미 사회’라고 부르는 새로운 노동 사회의 핵심 조직 원리로 다루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이 책이 노동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원제목 부제가 “우리가 알던 노동의 종말”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이 책의 저자 프레히트에 따르면 우리가 알던 노동은 바로 임금 노동이자 생업 노동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사회적으로 규정된 돈이 되는 노동이다. 그는 이러한 노동 개념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 개념의 모순은 바로 돈이 되려면 의미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일할 의무로부터의 해방을 꿈꾸면서, 동시에 일할 권리를 말한다는 점이다. 프레히트는 생업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본 소득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람직해서이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자가 학습 컴퓨터와 로봇 시대”(45쪽)로 상징되는 생산관계의 디지털화가 자리한다. 인공지능과 기계가 임금 노동을 대체하게 됨으로써 노동의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 의미 변화의 방향을 ‘의미 사회’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는데, 그것은 “소득과 노동 사이의 확고한 연결 고리를 끊어”(314쪽), 노동을 다시 의미 있는 활동으로 재조직하는 사회를 뜻한다. 즉, “자연과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공동선 경제의 시나리오이자, 각자가 어느 정도씩 갖고 있는 창의성을 발견한 뒤 물질적인 보상 없이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시나리오이자,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고 배타적이지도 않은 섬세한 향유의 기쁨이자, 시간을 아끼거나 얻는 대신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시간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삶”(323쪽)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득과 노동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적정 금액은 얼마일까? 프레히트가 제안하는 금액은 독일의 기초 연금이나 기존 실업 수당 2급이 받는 돈보다 높은 월 1,500유로(약 250만 원)이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면 될까? 프레히트에 따르면 제2차 기계 시대로 혜택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계세와 수익창출세, 인공지능세나 자본 수익에 대한 부유세와 금융거래세로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동이 더는 실존적 과제가 아니고 인간 존재의 목적도 아닌”(14쪽) 사회에서의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프레히트는 의미 사회에서 필요한 학교 교육의 원칙 열두 가지를 제시하면서 논의를 맺는다. 이들 원칙의 지향은 학생들로 하여금 “이용 가능한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것에서 “방향 정립적 지식”(507쪽)을 익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두를 위한 자유』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다루는 저자의 3부작 중 『사냥꾼, 목동, 비평가』와 『인공 지능의 시대, 인생의 의미』에 이은 마지막 책이다. 대중 철학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체는 유려하지만, 책의 분량은 580 페이지에 이르러 한 번에 읽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의미를 새롭게 고민하는 이들과 기본 소득 논의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