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주저하는 사회의 정서를 읽다
“육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인구 감소에 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육아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과 거부감을 해소해야 한다.” - 83쪽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은 이미 오래된 현실이다. 그동안 저출산의 원인으로 주택 가격 상승, 비정규직 증가, 양육비 부담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거론됐다. 하지만 『육아포비아를 넘어서 : 4자녀 엄마 기자가 해부한 초저출산 대한민국』은 아이를 낳거나 키우는 일 자체에 대한 두려움, 즉 ‘육아포비아’라는 정서적·문화적 요인을 중심에 놓고 분석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육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 수준을 넘어 ‘공포’ 단계에 이르렀다고 느끼고, “나는 낳았는데 왜 남들은 낳지 않을까”라는 사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네 자녀를 키우며 17년간 사회부 기자로 활동한 경험, 그리고 다양한 배경의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저자는 저출산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개인의 감정과 인식’의 영역을 살펴본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 ‘아이 키우기 무서운 나라’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 키우기라는 일에 대한 인식이 ‘불가능’이나 ‘힘듦’을 넘어 ‘두려움’이라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문제로 제기한다. 2부 ‘육아포비아의 기원’에서는 왜 이처럼 두려움이 생겼는지를 시간·노동·문화·가치관 등의 요인들을 통해 분석한다. 마지막 3부 ‘이제는 무섭지 않은 육아를 위하여’에서는 이 두려움을 낮출 수 있는 분위기와 구체적인 제도 변화의 방향을 제안한다.
한국의 저출산 실태를 다룬 1부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청년들이 육아 관련 질문에 대해 사용하는 언어였다. 저자는 사람들로부터 ‘감히’, ‘무섭다’, ‘엄두가 안 난다’라는 표현을 많이 접했다고 하는데, 이는 단지 ‘아이 낳기 힘들다’라는 말보다 훨씬 깊은 정서적 거리감을 드러낸다. 이런 정서가 만연하다면, 아무리 제도가 좋아져도 그 제도를 활용하려는 개인의 마음이 따라주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커진다. 2부에서는 돈보다 시간이 없는 한국인들의 ‘시간 빈곤’, ‘완벽한 부모 신드롬’이라는 문화적 기대로 인한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불안, 그리고 정상 가족 이외의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압박을 통해 한국에서 육아가 ‘두려움’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저출산 위기 담론과 언론 보도가 사람들의 피로감과 공포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 책은 놓치지 않는다. 3부에서 저자는 우리가 비교적 잘 알고 있거나 이미 시행 중인 정책들의 맹점을 지적하고, 그 대안과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저자가 강조하는 대안의 방향은 당연하게도 “아이 키우는 일의 두려움을 덜어주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기존 저출산 관련 서적들이 주로 ‘구조적 여건’ 혹은 ‘정책적 인센티브’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이 책은 ‘개인의 내면 정서와 인식’까지 포함한 층위를 탐색했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마주하면서, “육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p. 83)고 역설한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문화와 인식을 바꾸는 일은 시간과 지속성이 필요한 작업이며, ‘두려움을 줄이는 사회 분위기’라는 표현처럼 추상적인 목표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재원 확보, 제도 설계, 기업 및 일터 변화, 미디어 담론 개혁 등 다중적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출산을 단지 인구문제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삶의 질과 개인의 경험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출산 문제에 관심 있는 연구자나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아이를 낳거나 키우는 일을 앞둔 청년·부부들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아이 낳기 무서운 사회’에서 ‘아이 낳아도 괜찮은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와 ‘가능성’을 느껴야 한다면, 이 책의 시도는 그 변화를 향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