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사례로 다시 세우는 자본주의 변론
“경제적 자유와 주관적 행복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대부분의 예상과는 달리 이 상관관계는 저소득층에게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보다 어려운 사회 경제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자유 시장이 자율성과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 380쪽
트럼프발 무역장벽, 산업정책의 확산,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 등 작금의 정치·경제 흐름 속에서 ‘자유 시장’을 주창하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혹자는 자본주의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혹자는 사회주의적 시장 개입을 정답으로 제시한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Zohrane Mamdani)* 의 승리로 끝난 지난 2025년 11월의 뉴욕시장 선거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스웨덴 출신인 이 책의 저자 요한 노르베리(Johan Norberg)는 이런 시대에 정면으로 “자본주의를 다시 옹호하자”라고 말한다. 그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연상시키는『자본주의자 선언』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앞세워, 자유 시장경제야말로 인류를 구원해 왔으며 앞으로도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단순히 자본주의 옹호를 위한 이론서가 아니다. 노르베리는 방대한 데이터와 역사적 사실을 무기로 “과거가 더 좋았다”라는 대중적 향수와 “자본주의가 빈곤을 심화시킨다”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기아, 빈곤, 문맹률이 크게 개선되었음을 상기시킨다. 흔히 ‘불평등의 시대’라 불리는 이 시기가, 실상은 인류 역사상 가장 평등하고 풍요로운 시대였다는 그의 실증적 주장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노르베리는 자본주의에 대한 익숙한 공격들을 총 9장에 걸쳐 반박하며 논지를 전개한다. 불평등 문제에서는 ‘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확장’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분노가 정책을 왜곡할 때 혁신과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8장 환경 vs 성장에서는 ‘성장’ 자체를 적으로 두는 관점을 비판하며, 사유재산권과 가격신호, 기술혁신이 오염과 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 수단임을 입증한다. 또한 ‘세계화의 후퇴’는 특히 취약계층과 개발도상국에 더 큰 비용을 전가한다고 지적하면서, 소위 ‘약자를 위한다’는 반(反)세계화 담론의 모순을 꼬집는다. 이 모든 논리 전개 과정에서 제시하는 통계와 사실 등의 실증적 증거는 저자의 주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이 책의 미덕은 논쟁을 단순한 선악 구도에만 가두지 않고, ‘어떤 제도가 더 많은 생존과 선택지를 제공했는가’라는 비교의 프레임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는 완전무결한 체제가 아니라 ‘대안들과의 비교’를 통해 오류를 수정해 가며 학습하는 제도이며, 오늘날 자본주의의 부작용이라고 오해받는 현상들은 사실상 특혜와 규제 포획, 국경 장벽과 같은 ‘시장 왜곡’에서 비롯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노르베리가 부패한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기득권을 보호하고 진입 장벽을 쌓는 ‘정실 자본주의’야말로 자유 시장의 가장 큰 적임을 분명히 한다. 그가 말하는 ‘자본주의자 선언’은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자유 시장을, 그리고 실패할 자유와 성공할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역동적인 체제로의 복귀를 의미한다.
『자본주의자 선언』은 결국 혼란의 시대에 우리가 고수해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에 관한 책이다. 자유무역과 개방적 경제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개방과 경쟁이 가져온 성장의 열매를 경험했지만 동시에 불평등과 양극화의 압력 속에서 ‘더 많은 통제’가 해답처럼 보이는 순간들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자본주의를 문제의 원인이 아닌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단호히 주장한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비대화가 아닌, 인간의 창의성과 혁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유 시장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 vs 국가’의 이분법을 넘어, 혁신을 촉진하는 규칙을 만들되 포획과 특혜를 차단하고, 전환 비용을 완충할 사회안전망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일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대체하겠다는 섣부른 제안이 치러야 할 비용을 경고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자본주의의 근간인 시장을 왜곡할 경우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키거나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처럼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시기에 이 책의 문제 제기는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가 목도하는 작금의 불만이 ‘시장’ 자체의 문제인지, ‘왜곡된 시장’ 구조의 결과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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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란 콰메 맘다니(Zohran Kwame Mamdani): 미국 민주당,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소속으로 2025년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해 미국 역사상 뉴욕시의 첫 무슬림 시장으로 당선, 2026년부터 재직 중임
**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정치와 경제 관료들 간의 유착관계로, 어떤 특정 집단에 제공한 혜택으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게 되는 불공정한 경제체제를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