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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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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플레이션 통념을 깨다 : 숫자 뒤에 숨겨진 권력의 회계장부
서평자 박지원 발행사항 773호(2026-04-15)

인플레이션의 습격 : 급변하는 돈의 가치 속에서 부를 지켜라

  • - 청구기호 : 332.41-25-9
  • - 서명 : 인플레이션의 습격 : 급변하는 돈의 가치 속에서 부를 지켜라
  • - 저자 : 마크 블라이스, 니콜로 프라카롤리
  • - 발행사항 : 21세기북스

목차

서 론 우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제1장 인플레이션에 관해 그들이 말하지 않는 5가지
제2장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으로 대처하는 이유
제3장 인플레이션 담론과 책임 전가의 정치학
제4장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실체
제5장 왜 인플레이션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제6장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계층 전쟁인가
결 론 인플레이션 시대는 끝났는가

서평자

박지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서평

인플레이션 통념을 깨다 : 숫자 뒤에 숨겨진 권력의 회계장부

“인플레이션 담론은 과학적 이론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레토릭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148쪽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 이 문장은 대표적 통화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유명한 격언으로, 인플레이션을 가장 ‘간결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인용되어 왔다. 그리고 그 ‘간결함’은 또 다른 관행을 낳았다. 인플레이션은 (파이)라는 하나의 숫자로 요약되고, 그 숫자는 마치 중립적 지표인 양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와 정책 운용의 기준점이 되었다. 하지만 가 정말 우리 ‘모두’의 물가를 담고 있는지, 다시 말해 ‘누구의’ 생활을 대표하고 있는가를 묻는 순간 는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고 ‘정치’가 된다. 『인플레이션의 습격』은 바로 이 물음에서 출발해, 인플레이션을 단지 물가 상승률의 문제가 아닌 권력과 분배가 교차하는 사회적 과정으로 읽어내도록 이끈다. 
 
이 책이 먼저 시선의 초점을 둔 곳은 ‘측정’이다. 1장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단순 통계가 아닌 우리 사회가 ‘무엇’을 생활비로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제도적 선택’임을 보여준다. 바구니와 가중치가 바뀌면 현실도 달라진다는 저자들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평균 물가’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차이를 한데 눌러 담고 있는지 알게 된다. 나아가 그러한 평균을 만드는 방식이 누구의 부담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누구의 부담을 흐리게 만드는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 시선은 곧바로 담론의 정치로 이어진다. 3장은 통화‧재정 과잉, 노동시장 과열, 공급충격, 기업의 탐욕이라는 인플레이션의 네 가지 원인에 관한 서사들이 각각 누구를 ‘가해자’로 세우고 어떤 처방을 ‘상식’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정리한다. 그래서 독자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관한 논쟁이 실제로는 ‘누가 인플레이션 비용을 치를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뉴스에서 “원인은 무엇이다”라는 문장 뒤에 종종 뒤따르는 처방과 부담의 방향이 더 또렷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통화정책 역시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 금리 인상은 흔히 중립적 기술처럼 언급되지만, 이 책은 금리 인상이 경제 전체에 동일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짚는다. 누군가에게는 이자 부담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용과 임금의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정책의 효과’만이 아닌 ‘정책의 분배’까지 함께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줌으로써, 익숙한 논쟁일지라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든다. 
 
책 후반부에서 보이는 프레임 전환은 더욱 흥미롭다. 2020년대의 인플레이션을 1970년대의 재현이 아닌 ‘인플레이션 2.0’이라는 체제 전환으로 그린다. 관세‧무역 전쟁, 기후 위기, 지정학적 긴장, 인구구조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런던 버스’에 빗댄 비유는 왜 금리만으로는 설명도 처방도 부족한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금리라는 획일적 도구에만 기대지 말고, 부문별 가격 통제, 초과이윤세, 공급망 보완을 위한 재정‧투자, 취약계층 보호와 같은 다양한 정책 수단들의 조합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누가 인플레이션의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물가 상승의 충격으로부터 보호받을지에 관한 사회적 선택을 공론장에서 되찾자고 제안한다. 
 
특히 6장은 인플레이션을 ‘사회적 충돌의 회계장부’로 보게 하며, 승자‧패자‧이용자라는 구분을 통해 물가 상승이 집단별로 각기 다른 결과를 남긴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즉, 인플레이션은 모두에게 같은 크기의 고통이 아니라, 시장구조와 협상력, 제도와 정책 등을 통해 집단별로 서로 다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논쟁의 초점은 ‘얼마나 올랐나’가 아니라 ‘누가 어떤 경로로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그 틈에서 이득을 얻는가’로 수렴한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두 가지 사실을 기억할 것을 당부하며 책을 마무리 짓는다.  
첫째, 인플레이션을 이용하지 못하면 결국 이용당한다. 둘째, 인플레이션이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것은 아니며, 누군가는 반드시 승자가 된다.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계속 뉴스에 등장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관한 보다 정교한 ‘독해’이다. 인플레이션에 관한 통념을 깬다는 것은 결국 경제를 억지로 정치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숫자에 가려진 분배와 선택의 층위를 드러내는 일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프리드먼의 격언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권력 배분의 결과이다."로 새롭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