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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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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토지의 늪에 빠진 우리를 위한 나침반
서평자 문윤상 발행사항 778호(2026-05-20)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 지구상 가장 비싼 자산의 미래

  • - 청구기호 : 333.73-26-1
  • - 서명 :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 : 지구상 가장 비싼 자산의 미래
  • - 저자 : 마이크 버드
  • - 발행사항 : RHK

목차

1장 토지에 관한 거짓말
2장 국가의 형성
3장 토지를 둘러싼 전쟁
4장 흔들리는 땅
5장 땅은 경작자에게
6장 토지 담보와 그 그림자
7장 토지본위제
8장 험난한 깨달음의 여정
9장 역사상 최대의 부동산 거품
10장 싱가포르 열풍
11장 몰락하는 도시와 떠오르는 도시

서평자

문윤상(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책임연구위원)

서평

토지의 늪에 빠진 우리를 위한 나침반

“토지가 국가 전체의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또한 금융과 토지의 연결고리가 점점 강해지는 지역에서는 토지 가격의 변동과 무관하게 치명적인 경제적 위험이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다.” - 185쪽  
 
오늘날 신문 1면을 가장 빈번하게 장식하는 국내경제 이슈는 단연 ‘주택가격’이다. 서울, 특히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지방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도 주요 관심사다. 가계 자산의 약 3분의 2가 부동산에 쏠려 있는 우리 사회에서, 주택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부(富)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자 정치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권력’ 그 자체가 되었다. 마이크 버드의『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원제: The Land Trap)’는 바로 이러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현상이 우연이 아니며, 인류사를 관통해 온 거대한 ‘토지의 덫’이었음을 폭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독자를 압도한다. 첫째, 토지라는 렌즈로 재해석한 ‘정치·경제사’다. 저자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치밀한 토지 투자자였다는 흥미로운 비화를 시작으로, 국가 형성 뒤에 숨겨진 부동산 권력의 역사를 파헤친다. 특히, 영국의 토지 활용 제한이 미국 독립전쟁의 실질적 시작점이었다는 분석은 매우 신선하다. 또한 패전 후 사실상 ‘토지본위제’를 선택한 일본이 어떻게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는지, 그리고 중국과 싱가포르 지도자들이 국가 발전을 위해 토지제도를 설계하고 도입하는 과정에 대한 추적은 토지가 정치·경제적으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통해 토지가 어떻게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고 금융과 결합하여 신용을 창출하며, 나아가 국가 권력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매우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둘째, 이 책은 불평등의 뿌리를 파헤치는 날카로운 ‘이론서’다. 저자는 토지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통해 우리가 왜 토지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경제 구조를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이론적으로 규명한다. 이러한 통찰은 구체적인 실증으로도 뒷받침되는데, 동아시아의 성공적인 토지개혁과 라틴아메리카의 실패를 비교하는 대목은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정설을 매우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토지가 수행한 역할과 위기 전후의 불평등에 대한 고찰은, 이 책이 관련 전공자들에게도 얼마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지를 방증한다. 또한, 토지나 주택이 생산적 투자를 위한 자본이 아닌 담보물로 전락했을 때 경제가 어떻게 활력을 잃고 불평등의 늪에 빠져드는지를 저자는 매우 정교하게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진보 속의 빈곤’을 규명하려 했던 헨리 조지*의 일대기와도 같다. 헨리 조지는 19세기 샌프란시스코에서 문명이 발전하고 철도가 놓일수록 노동자가 더 가난해지는 모순을 목격하고, 대부분이 겪고 있는 빈곤의 원인에 대해 책을 기술하였다. 이 책에 기술된 빈곤의 원인과 해법은 후세에 거대한 영감을 주었으며, 특히 오늘날 한국의 현실과도 닮아있다. 저자는 조지가 주창한 ‘지대’의 개념이 현대 경제시스템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사유화되었는지를 그의 삶과 궤를 같이하며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토지가치세라는 이상을 향한 조지의 끝없는 도전과 이러한 도전이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히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거대한 소설과 같다. 
 
마이크 버드가『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를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묵직하다.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한국 사회에서, 주택 가격의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만큼 견고한 ‘토지의 덫(Land Trap)’에 갇혀 있음을 방증한다. 강남을 넘어 한강벨트의 집값이 치솟는다는 소식에 소외감을 느끼며 불안해하는 우리의 모습은 헨리 조지가 150년 전 목격했던 ‘진보 속의 빈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사회 발전과 함께 거대한 부동산금융을 매개로 주택을 소유한 자가 늘어나며 나타나는 정치적 보수화 경향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진보(progress)’하기 어려운 정체상태에 빠졌음을 말해준다.  
 
부동산이 권력이 된 시대, 이 책은 그 권력의 실체를 직시하고 더 나은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고인 자본을 생산적인 영역으로 흐르게 하고, 지대의 사유화가 만든 불평등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 가치 수호라는 보수적 마인드를 타파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서울의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된 자산을 어떻게 청년의 일자리와 미래기회로 전환할 것인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________________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 미국의 저술가, 정치가, 정치경제학자로 단일세(Single tax)라고도 불리는 토지가치세의 주창자임. 불평등에 관한 그의 대표적 저서『진보와 빈곤』(1879)에서 산업화된 경제에서 나타나는 경기변동의 본질과 빈부격차의 원인,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으로서 토지가치세를 제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