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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켜켜이 쌓인 근현대사의 기억으로 서울광장을 바라본다.
서평자
김세신
발행사항
522호(2021-04-07)
서울광장의 재조명 :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목차

  • 1부_ 서울광장의 역사적 형성 과정
  •     1장 조선조 시대
  •     2장 대한제국 시대
  •     3장 일제강점기
  •     4장 해방 이후 현대
  •  
  • 2부_ 서울광장 일대의 변화
  •     1장 덕수궁과 주변 도로
  •     2장 서울시청
  •     3장 을지로입구와 소공동 블록
  •     4장 북창동 블록
  •  
  • 3부_ 서울광장의 재평가와 발전 방향
  •     1장 광장의 기원과 역사
  •     2장 서울의 광장과 서울광장
  •     3장 서울광장의 발전 방향

    서평자

    김세신(서울시 도시계획상임기획단 단장)

    서평

    켜켜이 쌓인 근현대사의 기억으로 서울광장을 바라본다.

    이름 없는 시청 앞 광장은 (…) 역사 광장이다. 대한제국의 종말과 고종 황제의 인산(因山)을 계기로 을사늑약의 민족적 분노가 분출된 민중의 대한문광장이 있었고, 해방 후 신탁통치를 논의한 미소공동위원회가 열린 덕수궁이 있었다. 5·16 군사쿠데타 주역들도 시청 정문 앞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고, 1986년 6월 민주화 운동 때는 서울역광장부터 시청 앞 광장까지 운집한 시민들이 6·29 선언을 이끌어 내고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현대사의 살아 있는 공간이다. (p. 107)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에는 군사 퍼레이드의 기억을 주는 여의도광장, 차량이 중심이 되어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시청 앞 광장 정도만 있을 뿐이었고, 도시적 의미를 가진 광장은 책에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유럽을 처음 여행했을 때, 나라마다, 도시마다 구도심에 있는 광장을 모두 가보려고 한 기억이 있다. 런던의 트라팔가광장, 프라하의 바츨라프광장, 브뤼헤의 마르크트광장, 빈의 미카엘광장, 베니스의 산마르코광장. 나라마다, 도시마다 저절로 따라붙는 광장과 그곳의 추억들, 또 여행자는 광장을 기점으로 도시를 여행한다는 사실도, 광장에서 벌어진 일들과 이야기들이 쌓여 광장은 역사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광장에서의 시간이 곧 일상이 되는 그들의 삶이 부러웠다.  
     
    『서울광장의 재조명: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는 시민활동의 장으로 다시 조성된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서울시청 일대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서울광장의 형성 과정을 재조명한 책으로 초대 서울연구원장을 역임한 최상철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전북연구원장을 지낸 한영주 지역도시계획연구원장이 공동 집필하였다. 이제까지 서울광장과 관련한 연구는 많았지만, 주로 근대사적 맥락에서 서울시청, 덕수궁, 정동 등에 한정하여 주목하였기에, 저자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서울광장을 공간적, 시간적 확장을 시도하였다. 먼저 공간적으로는 서울광장 주변 지역 일대인 서울의 중심 공간에 대한 역사적 형성 과정을 살폈다. 시간상으로는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집중된 기존 연구를 확대하여 해방 이후 현대 도시로서의 변화 시기까지 포함하였다.  
     
    책은 크게 3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서울광장의 형성 과정을 시간상으로 고찰하였다. 조선조 시대, 대한제국 시대,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현대, 즉 4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서울광장뿐 아니라 주변 일대의 역사적 형성 과정을 흥미롭게 전개했다. 제2부에서는 서울광장의 형성 과정을 공간적으로 고찰하였다. 덕수궁과 주변 지역을 광범위하게 훑어 서울광장의 공간적 확대를 꾀하였다. 제3부는 서울광장의 재평가와 발전 방향을 담았다. 광장의 기원과 역사를 포괄적이면서 압축적으로 설명하였다. 또한 서울의 많은 여러 광장 속에서 서울광장의 위상과 정체성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서울광장이 나아갈 방향을 네 가지로 정리하여 제안하였다. 첫째, 서울광장에 새로운 이름,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지어 주자고 하였다. 둘째, 덕수궁의 이름을 경운궁으로 바꾸자고 제안하였다. 셋째, 광장을 상징하는 상징적 기념물을 만들자고 하였다. 넷째, 광장을 하나의 체계로 구축하자고 하면서,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다섯 개의 광장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연결하는 지하도시를 건설하자고 제시하였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서울광장의 기원을 일제에 의해 지어진 경성부청사(서울시청)의 앞마당으로 보지 않고, 대한제국의 정궁인 경운궁(덕수궁)이라고 주장한 부분이다. 저자는 광장 계획을 이끈 중심인물로 대한제국의 한성판윤(서울시장) 이채연을 소개하였다. 그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머무르며 방사선 가로망과 광장 중심의 바로크식 도시계획에 심취하였고, 한성판윤이 되자 워싱턴 D.C.의 방사선 가로망을 모델로 한 도시계획을 구상했으며, 「한성도시개조사업」이라는 최초의 근대적 도시계획을 추진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소개하였다. 이후 조선총독부가 1912년 도시계획사업을 추진하면서 광장 공간을 확보한 것이 서울광장의 기원이라고 보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월드컵 4강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서울광장은 연신 축제를 즐기는 곳이 되었고 서울광장이 재조명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광장은 월드컵이 끝나고도 많은 역할을 지속하게 되었다. 각종 집회가 일어나고, 경찰과 시민이 대척하기도 하며, 각종 공연을 하는 공연장이자 장터, 스케이트장이 되는 등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곳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과거 유럽 여행을 다니며 유럽의 광장 모습에 익숙했고 부러웠던 터라 서울광장이 이렇게 평가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이 책은 서울광장을 재조명하여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광장이 우리에게 무엇이 되어야 좋을지를 묻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광장이자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공간적 증인이며 국민적 애환이 점철된 시청 앞 광장에 이제는 이름을 지어 주고, 미래를 위한 상징적 공간으로서 재발견해야 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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